경남 유일 창투사 경남벤처투자 설립 3년 (하) 기업투자유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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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8-03 20:47:44  

경남벤처투자는 2019년 9월 설립 이후 매년 모태펀드를 유치해 오는 10월엔 총운용자산(AUM) 67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2개 기업에 184억원가량을 투자했는데, 그중 경남 기업에 70% 이상을 투자해, 우리지역 벤처 산업계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동안의 실적과 계획에 이어 투자유치와 집행 형태, 투자 문턱이 높은 현실에서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등에 대해 알아본다.


경남벤처투자 직원들이 기업체 관계자들과 투자 상담을 하고 있다./경남벤처투자/

경남벤처투자 직원들이 기업체 관계자들과 투자 상담을 하고 있다./경남벤처투자/

◇‘가능성’에 투자= 투자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경남벤처투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 기관들은 내부 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집행에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구는 투자심의위원회이다. 투자기관 내외부 인사들이 해당 위원회에서 기업을 심사 및 평가하게 되며, 투자집행을 결정하게 된다. 기업을 발굴하고, 심사하는 투자심사역은 투자심의위 안건으로 상정하기 위해 오랜시간 기업과 협의하고 조율한다.


경남벤처투자의 실제 사례로 설명하면, A 투자심사역(이하 ‘A심사역’)은 현재 총 9개 기업을 발굴, 심사했는데 그 금액은 총 70억원에 달한다. 특히 5억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동남권 기업에 투자해 동남권 기업과 투자생태계에 이해가 높다. A심사역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익이 나지 않아도 2~3년 이내의 성과가 기대된다면, 당장의 성과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투자금 가운데 흑자전환 혹은 매출이 없는 기업에 30억원을 투자했다.


A심사역은 ‘매출 0원’인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했다. 세포배양배지를 개발하는 곳으로, 기술력이 있고 계획이 구체적이었다. 해당 기업은 투자유치를 위해 수도권 투자자들을 접촉했지만 모두 거절당하자 경남벤처투자의 문을 두드렸다. A심사역은 투자여부 판단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A심사역은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타 투자자들도 연결해줬으며, 기업은 총 100억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심사역 설득이 우선=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 제조업인 B기업은 투자유치를 희망했지만 사업 확장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었다. 심사역을 설득시키지 못하면 투자심사에 돌입하지 않는다. 심사역이 검토하지 않는다면, 투자심사위원회 역시 상정되지 못한다.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심사역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A심사역은 제일 중요한 것이 ‘맨파워’라고 설명했다. 경영진들의 역량이 뛰어나야 하는데, 여기서 역량은 추진력, 근성, 끈기, 담대함 등 보이지 않는 정성적인 부분이 크다. 투자는 결국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기업의 경영진과 원만한 관계가 맺어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부분이다.


두 번째는 사업모델이다. 흔히 비즈니스모델, 수익모델 등으로 통용되는데 결국엔 돈을 벌 수 있는가를 판단한다. 최근 플랫폼 사업이 활발한데 플랫폼은 소비자와 공급자를 이어주는 거래소 역할이다. 예를 들어 패션 플랫폼은 브랜드와 쇼퍼들을 원활히 연결시켜주면 돈을 벌 수 있다. 대표적인 패션 플랫폼이 ‘무신사’인데, 작년 상반기 지분 약 5%를 주고 13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면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산업을 분석하고, 서비스의 차별성이 있어야 투자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세 번째는 회수 가능성이다. 투자한 금액을 언제, 어떻게,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판단한다. 회수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투자하지 않는다. 상장을 하거나, 인수합병 등을 추진해야 한다. 사업 자금이 부족하다고 무턱대고 투자부터 받고자 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경남 투자생태계 전망과 주의점= 인식과 환경은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남의 벤처생태계가 활성화하려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벤처펀드 잔액이 2021년 40조를 넘었으나 부울경에는 5.7%인 2조3000억원 정도에 그치고, 그나마 경남엔 3000억원 수준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투자유치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불릴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외면받기 십상이다. 상대방에 대해 존중하고 알아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얘기만 하면 ‘연애’도 성공할 수 없다. 투자란 형식적으로 하는 최고 수준의 소통 행위이자 계산된 연애 활동이라 말할 수 있다.


자금조달 시 벤처기업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로 ‘어려운 기업이니 도와야 한다’, ‘다른 곳에서 우리 기술과 사업모델을 인정한다’, ‘성공 가능성이 있으니 추천받지 않았겠느냐’, ‘도와주기만 하면 살아날 수 있다’, ‘모든 의사결정은 나 혼자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등등이 있다. 상대방이 듣고자 하는 사항보다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급은 투자 거절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 신용만으로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비전과 위험에 대해, 경영판단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야 투자 검토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김태현 경남벤처투자 전무


김태현 경남벤처투자 전무

김태현 경남벤처투자 전무


“‘창업한 곳서 성장하자’ 목표 위해 펀드역량 갖춰 벤처생태계 구축”


-경남벤처투자에서의 역할은.


△첫 직장인 삼성증권에서 기업공개(IPO), M&A 업무를 18년간 하다 2013년 벤처캐피탈(VC)업계로 이직했다. 고향 마산에서 VC가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2020년 11월에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선 투자 결정을 하고 있는데, 지역 유망기업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은.


△처음엔 경남에 투자할 만한 기업이 많을까 고민했는데 돌이켜 보니 기우였다(웃음). 경남에 숨은 진주가 많았다. 경남에 소재한 다양한 사업분야에 투자했는데, 콘텐츠(피플앤스토리, 김해), 특수 소재(자이언트케미칼, 양산), 바이오(아피셀테라퓨틱스, 김해)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 대상 기업을 어떻게 발굴하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찾는데 소개를 받거나 신문기사를 보고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공모전이나 행사에 참여해 IR 발표를 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보고 투자심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 성과는 언제쯤 기대할 수 있나.


△현재 투자한 기업은 시리즈 A 전후가 대부분이어서 성과가 나려면 기업공개(IPO)가 이뤄지는 2025년 정도로 예측한다.


-기억에 남는 투자 사례가 있다면?


△2014년에 EDGC라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당시에는 유전체 분석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였다. 10억원을 투자했는데 2018년 상장 시점에 매매해 투자자들에게 180억원 이상을 배분한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의 계획은?


△회사의 1차 목표는 경남의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창업한 곳에서 성장하자’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성장가능성이 높은 타지역 벤처기업들을 경남으로 유입시킬 수 있도록 펀드역량을 갖추는 것이 2차 목표이며, 이를 통해 지역 벤처생태계 구축과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벤처캐피탈로 성장하고 싶다. 앞으로도 펀드를 계속 만들어서 5년 이내에 100개 이상의 경남기업에 투자하고, 이 중에 3개 이상 경남 유니콘 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도민과 투자 희망 기업에 한마디.


△전국 최초로 민관금이 합심해 VC를 만들고 3년 연속 모태펀드에 선정된 것은 경남도의 이해와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마움이 크다. 척박한 경남에서 창업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텐데 운영하는 대표님 모두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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